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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베케이션

LHOIKTN 2024. 8. 30. 18:17

 

 

 

 

예전에 퇴사했을 때는 내가 그만둔 거여서 빨리 다른 곳 취업해야 된다고 애썼다. 신입이니까 나 잘한다고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도 준비하고, 어느 정도 준비 끝나고 바쁘게 면접 보러 다녔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만둔 게 아니니까 이번 기회에 좀 쉬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서 푹 쉬었다.

 

 

은둔청년체험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에는 쉬는 동안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애써 무시하고 쉬기로 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고, 겪었던 사람도 모르고, 오직 겪고 있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그런 게 있는데 실직의 경험도 그런 거 같다. 내 오랜 친구가 직업을 갖지 못해서 언제부턴가 연락이 어려웠는데,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처지가 이렇게 되니까 친구들과의 연락도 피하게 되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은둔청년으로 지내기로 했다. 

 

은둔청년 조건을 갖추려면 6개월이 필요해서 그냥 흉내만 내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6개월 동안 쉴 수는 없으니까 ^_^

 

은둔청년이 되려면 외출을 최소화해야하기 때문에 필요한 식품을 잔뜩 사서 준비했다. 그 덕에 한 달 넘게 라면만 먹었다 

 

은둔청년의 또다른 조건을 충족하려면 지난 1주일간 경제활동이 전혀 없고, 1개월 이내에 구직활동이나 학업을 전혀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게임을 했다^_^. 그냥 방치하면서 키우려고 탱커로 키웠는데, 처음에는 후회했지만 이제는 좀 버텨주는 거 같다. 일요일마다 길드원들과 길드보스 참여하는데, 이때가 유일하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ㅋㅋ

 

나는 내가 일하는 거를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워라블? 워크와 라이프의 블랜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돈이 많아도 열심히 일하면서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쉬면서 알게 되었다.  돈 많으면 일 안 할 거 같다ㅋㅋ

 

아무튼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살아본 게 처음이라 살도 좀 찌고, 가끔 밖에 나가서 창문이나 문에 비친 나를 보면 정말 은둔청년처럼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은둔청년으로 살아보기를 시작한 것도 내 미래를 좀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뭐 언제든 취업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해야 되나? 

그리고 실업급여도 받을 줄 알았고, 간이대지급금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뭔가 일이 꼬이면서 실업급여도 못 받고, 간이대지급금도  못 받으면서 빨리 취업을 해야 했다 ㅠ_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면접을 봤다. 

 

구직

  이력서는 아마 100군데 이상 넣었다. 겹치는 곳도 있을 텐데 여러 플랫폼에서  일단 Node.js 백엔드 개발자 뽑는 곳은 전부 지원했고, 그뿐만 아니라 평소 내가 관심 있던 웹게임이나, 3d그래픽 쪽도 지원했다.  면접 불러준 곳은 웹게임 회사랑 Node.js 백엔드 개발자 뽑는 회사였다. 면접은 한 8군데 정도 본 듯?

 

2년 6개월 정도의 경력을 가진 상태로 면접을 봤는데, 6개월차 신입으로 면접을 봤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신입일 때는 cs지식을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cs지식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경력 위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근데 백엔드 개발로 지원했는데 내가 전 회사에서 한 일이 프론트와 백엔드 사이에서 중계서버 만지는 작업만 해서,,, sql 잘 쓸 줄 아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백엔드 개발 채용 시장에서 내 경력은 물경력이었던 거다. 솔직히 내가 면접관이어도 내 경력을 보면 쿼리 관련 작업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거 같다.  그래도 아무튼 합격은 했으니 다행이다.  이번 회사에서는 sql과 db에 관련된 스킬을 향상해 봐야겠다. 

 

은둔청년이 되겠다고 개발과 블로그를 일부러 멀리 했지만 그래도 면접이 끝날 때마다 면접 후기를 블로그에 비공개로 남겼다. 면접 끝나자마자 작성하거라 다시 읽어보니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  겪었던 기억에 남는 ㅈ같은 면접 경험을 대충 소개한다. 

 

음료도 제공하지 않는 면접🥵

8월 아주 더운 날 땀 찔찔 흘리면서 면접 보러 갔더니 물도 안 주고 면접이 진행되었다.  면접자한테 물 안 준거는 뭐 깜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면접관이 지각도 하고 자기만 아이스아메리카노 쪽쪽 팔면서 입장했다.  자기 커피 사느라 늦었나 보다ㅋㅋ

 그냥 대충 청바지 입고 갔더니 "호호 편하게 오셨네요"라고 했다.  격식을 챙겨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본인부터 챙겨야지  본인은 몸이 도화지인데 뭐 가리려는 노력도 안 보이고 반팔, 반바지로 참석하고 하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냐고 물어서  잘하는 개발자, 어려운 일도 잘 해내는 그런 개발자 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질문은 꼭 기억했다가 역질문 시간에 되돌려 주는데  면접관 당신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돈 벌려고 개발한다는 개소리를 했다. 아차! 싶었는지 세상을 바꾸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뭔 개소리지?? 내가 저렇게 대답할걸 그랬다. 그냥 할 말을 잃게 하는 재주가 있는 인간이다. 

 협업 관련해서도 물어서  다른 팀원, 다른 부서와 일하는데  문제없이 잘해왔다고 말하고 이것도 역질문 시간에 되돌려줬다. 해외 인력들이랑 협업은 잘 되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영어를 잘해서 문제없다고 했다.  속으로  '야 이 씨발놈아 나는 한국말 잘하니까 한국 사람들이랑 협업 잘한다고 말하면 되는 거냐?'라고 생각만 했다. 이게 첫 면접이었는데 너무 열받는데 할 수 있는 거는 블로그에 욕하는 거뿐이었다.  가끔 내 블로그까지 살피는 회사가 종종 있기에 면접후기는 전부 비공개로 했다. 나의 솔직한 생각들이 나에 대한 나쁜 인상 줄 수 있으니까^_^

 

 뭐 나쁜 것만 말했는데, 좋았던 점은 개발자니까? 그냥 대충 반팔에 청바지 입고 갔는데  편한 복장에 시비를 걸어줘서. 이 이후로 면접은 정장에 넥타이까지 하고 참여했다. 이후 면접에서 차려입고 가는 게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회사에 냄새가 참 좋았다. 향기가 났다. 

 

면접비를 지급합니다.🤬

이력서를 막 넣다 보니 지방에 있는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채용공고에 면접비 지급한다길래 은둔청년 생활을 제대로 벗어날 겸 오랜만에 지방도시로 여행을 갔다 왔다. 면접비도 준다니까 순진하게 알겠다고 했다. 

 

 면접관들이 당당하게 이력서 안 봤다면서 이실직고하고 시작하는데, 면접비를 지급하니까 이렇게 뻔뻔하게 면접을 진행하는구나 싶었다. 그걸 미리 봤든 안 봤든 뭐 하러 입 밖으로 꺼내서 시작부터 기분을 더럽게 하는지.

 

면접 중에 사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내가 여자였으면 진짜 기분 나빴을 거다. 아,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나도 기분이 나빴다. 

 

개발 얘기도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게  예전에 프론트 개발자가 리액트로 전환해야 한다고 해서 전환했다가 피 봤다면서 리액트 단점 신나게 나열하면서, 결국 지금은 php 쓴다고 자리에 있지도 않은 프론트 개발자의 코드가 엉망이라면서 욕하는 게 아주 웃겼다. Nodejs로 개발하기 편하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나를 무슨 Nodejs 광신도 취급하면서 Nodejs 말고 다른 언어 해야 된다고 연설하셨다.  

 

 속으로 " 씨발롬아 내가 Node가 개발하기 편하다고 했지. 너처럼 다른 언어 무시하면서 다른 건 하기 싫다고 했냐?  그냥 내 경력이 Nodejs라는 거지.  그러면 Nodejs개발자는 왜 채용하는 건데?  백엔드 지원했는데 너네 회사 프론트엔드 험담을 왜 나한테 하냐?   너네 회사 프론트 개발자가 병신이라 리액트가 구려 보였겠지 ㅉㅉ  다른 회사는 너희보다 못난 회사라 리액트 쓰고 있겠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면접 보러 왔다고 서울에 일자리 없어서 여기까지 왔냐고 물었다. 진짜 여기는 개새끼들만 모아놓은 곳인가. 내가 면접관이면 빈말이라도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우리 회사 면접 보러 와줘서 고맙다고 하겠다. 그런데  능력 없어서 지방으로 쫓겨난 놈을 만들어버리니 너무 불쾌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서울, 경기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이런 곳은 하루라도 빨리 소멸해야 할 텐데, 대한민국의 지방소멸을 응원하게 됐다.

 

 역질문 시간에 솔직히 뭐 물어보기도 싫었는데 그냥 내가 입사하게 되면 함께 일하게 될 개발팀 구성이 어떻게 되냐니까, 그렇게 물어보면 안 된다면서 우리 회사는 개발팀이랑 인프라팀이 나눠져 있고 뭐 어쩌고 저쩌고~~~. 속으로 '야 씨발새끼들아 내가 물어본 거에 대답 잘하면서 뭘 그렇게 물어보면 안 돼?' 생각했다.

 

아무튼 ㅈ같은 면접을 끝내고 돌아왔다.  면접비 지급할테니까 계좌번호 보내라고 해서 보냈다. 

근데 이 개새끼들이  2주 동안 내가 면접비 내놓으라고 닦달해도 무시하고 미루는 중이다. 솔직히 그 면접비 안 받아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데, 면접비 준다고 구직자 꼬시고 우롱하는 태도가 너무 괘씸하다.  찾아보니까 채용 이전, 면접과정에서의 약속은 노동법에 정해진 게 없어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최후의 통첩으로 메시지 보냈는데

귀사의 면접에 임한 지 약 2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약속된 면접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귀사의 면접을 위해 저 또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으며, 그 과정에서 귀사로부터 면접비가 지급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면접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한 문의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런 귀사의 태도는 구직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해당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을 부탁드리며, 더 이상 추가적인 연락이 필요하지 않도록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장만 하고 또 안 보낸다.이제 전화로 괴롭혀줘야겠다.

 

면접장소까지 왕복하는데 고작  3만원 들었는데, 그게 아깝다기보다 고작 3만원  안 주려고 버티는 게 너무 괘씸하다. 경험 삼아 소액민사소송이라도 해봐야겠다.

 

 

이직 성공😊 

아무튼 취업했다. 다음 주부터 출근이다.  나를 좋게 봐주고 채용해 줬으니 나도 입사해서 열심히 일해야겠다. 

이번 면접에서 느낀 거는 경력직으로 지원한 만큼 경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입 때는 포트폴리오 같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경력 이직을 할 때는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솔직히 내 경력이 물경력이라 막 자세히 쓰지는 못하고 두리뭉실하게 쓸 수밖에 없었다🥲. 이직하게 된 회사에서는 백엔드 개발자다운 경력을 쌓았으면 한다. 또 전 회사에서는 개발 공부한답시고 내가 하고 싶은, 흥미 있는 분야만 했는데 이제는 내 경력에 관련 있는 분야 공부를 해야겠다.🫡

 

 

 

면접 경험치🤔

우선 면접 전에 기본인데 내가 못 지킨 게 있다. 다음에는 잘 지키도록 하자. 

 

  • 회사가 운영 중인 사이트 잘 분석하기
  • 대표 이름을 구글 네이버에 검색하기 (아주 유명하신 분일 수도 있다;)
  • 잡플래닛에서 이전 면접 질문 보고 준비하기

 

 

그리고 다음에 지켜야할 수칙이 추가되었다.

  • 면접비 준다고 하는 좆소는 절대 지원하지 말기
  • 지방에 있는 회사는 눈길도 주지 말기

 

 

이번에 경험한 면접 마무리 단계에서 회사에 궁금한 거 물어볼 때 써먹을 역질문리스트를 정리하면

 

 

  • 입사 후 제가 맡게 될 주요 업무와 초기 목표는 무엇일까요?
  • 제가 속하게 될 팀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이번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과 기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회사의 재정 상태는 안정적인가요? 현재 주요 수익원은 어떤 사업에서 나오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앞으로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비즈니스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충 이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면접 중 받았던 질문을 되돌려준다.

근데 이것도 조심해야 하는 게 면접관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면접 분위기 봐서 받아줄 거 같으면 해야겠다.

 

간단히 예를 들면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뭐였나요? 

=>  면접관님이 지금까지 개발자 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른 부서, 다른 팀원과 협업을 잘하나요? 

=> 면접관님은 협업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요? 

=> 면접관님은 개발자로서 어떤 비전이나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5년 후 미래의 나의 모습, 이 질문 예전에도 봤고 또 받았는데 무슨 면접자들한테 널리 퍼진 질문인가 보다. 면접 마지막에 면접관분들은 5년 후에 어떤 모습일 거 같나요? 되물어보니  이걸 되물어볼 줄 몰랐다면서 당황하고 자기들도 분명하게 대답 못했다. 자기가 대답 못할 질문을 왜 하지? 그리고 나도 내가 다닐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다니고 있는지 알아야 되는 거잖아?   어이가 없다ㅋㅋ

 

 

 

 

롱베케이션🏖️

이번 여름은 롱베케이션이라는 드라마가 다시 생각나는 여름이었다.

 

이렇게 나의 롱베이션은 끝이 났다. 교사에게는 국가에서 방학을 주지만, 나에게는 신께서 방학을 주셨다.

회사가 망해서 강제로 쉬게된 거를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신께서 내게 주신 이번 휴가 기간 동안 나름 잘 쉬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은둔청년은 그만두고 다시 개발자로 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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