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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코딩하다가 자존감만 떨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떤 코드를 보면서 시작됐다. 와..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생각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코드를 보고 있는데  예전 같았으면 나도 좀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오늘은 그냥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나는 저기까지 못 가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자존감이 박살이 나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개발자였을 때를 떠올려보면, 이제와서 잘 떠오르지는 않아도 분명 목표가 있었다. 부족함을 느끼고, 그걸 채우려고 했고, 벽을 만나도 그 벽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비슷한 상황에서 멈춰있는 것 같다. 교사가 된 이후로 내 마음 속의 불꽃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끌어당기는 강한 목표가 사라진 것 같다. 나는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내가 그런 사람인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예전에는 분명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교직에 들어오고 나서는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한 기억이 없다. 물론 대회 준비 때문에 앱개발을 좀 하기도 했고,, 내가 혼자 쓸  장난감 같은 프로그램은 만들었지만, 예전에 조금이라도 프로그램을 향상하려고 노력했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이제는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애정이 없어진 것 같다. (이게 다 AI 때문이다.)

 

목표가 없는 삶.

내가 꿈도 없고 무기력한 학생들에게 쓴소리를 못하는 이유다.  나도 똑같은데 내가 누굴 뭐라고 할 수가 있는지

 

 빨리 나한테 어떤 목표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  괜히 토요일에 쉬고 일요일에 수업준비해야지~~  널널하게 생각했다가 오늘 하루 자존감 박살 나서 방황하다가 아무것도 못했다.  수업준비는 토요일에 다 끝내야겠다;;

 

 

 

예전에 오랜만에 집에가서 저녁먹는데 사건반장에서 로또에 당첨되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아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로또에 당첨되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아들이 되고 싶다고 하니, 어머니가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아무 상관 없는 이 이야기가 지금 왜 생각나는지 모르겠는데 

 

아. 로또에 당첨되고 알리지 않은 아들도 나쁜놈이지만,  돈 없는 것도 나쁜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왕 나쁠꺼면 덜 초라한 나쁨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

 

찌질하게 코드보고 자존감 박살나는 사람이 아니라 차라리 다른 일로 자존감 박살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왕 이렇게 하루를 날릴 거였으면 다른 더 거창한 이유였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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