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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잡념

LHOIKTN 2024. 6. 11. 07:48

얼마 전에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를 만났다.  동기는 교사를 하다가 지금은 군 복무 중인데, 최근 회사가 망해서 쉬고 있는내 상황을 듣더니 기간제 교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줬다. 사범대를 졸업하긴했지만 그동안 줄곧 프로그래머로 일해왔다. 교사 대신 프로그래머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교사를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추천에 따라 기간제 정보 교사 채용공고를 찾던 중 한 달짜리 공고를 발견했다.  쉬고 있는 상황에 이렇게 한달짜리 교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은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주 금요일에 지원했는데,  월요일이 되자마자 연락이 온 걸 보니 나만 지원했나보다. 

 

전화로 면접 일정을 통보 받아 오후 3시 30분에 학교로 면접을 보러갔다. 마침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었다. 학교 들어가니까 그냥 기가 빨렸다. 새로운 환경이라 그런건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건지  아무튼 기가 쭉 빠져서

  씨발....   
내가 여길 왜 왔지?  그냥 다시 돌아갈까?


생각했다가 그래도 시간 써서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아까워서  교감선생님한테 도착했다고 전화했다. 나름 꿀빨 수도 있다는 기대도 했다.  요즘은 뭐 학교에서  정보,컴퓨터가 중요하다고 울부짖지만  주요교과도 아니고,  그냥  "자습!"  하고 나 할 거 하는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썩은 생각을 갖고 선생질 하려 했다는 게 부끄럽다

 

면접에는 교감선생님이랑, 내가 대체하게될 선생님, 동교과 선생님이 있었다.  면접이긴한데,  내가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학교가 면접을 보는 거였다. 학교 설명하고, 나한테  할지말지 물어보는 거였으니까. 난 한 달만 할 생각인데 2학기 얘기를 하길래 안 할거라고 했다. 솔직히 나는 한달짜리 땜빵자리라 그냥 수업시간만 채우는 사람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수업도 해야되고, 수행평가도 해야되고, 무슨 3학년들 세특도 적어줘야된다고 했다. 교육활동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가 바로 수업을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많이 부담스러웠다. 수행평가는 엑셀이라는데, 살면서 엑셀 써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직장인이긴 하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엑셀을 사용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니 없었다. 데이터 처리할때는 그냥 스크립트로 처리하거나 아니면  DB로 작업하니까. 엑셀도 하고 3학년은 무슨 인공지능 수업한다고 하는데, 예전에 데이터엔지니어링 교육 들었을때, 초반부에 실습했던 내용들 하는 거 같았다. 그런걸 왜 가르치는 건지😑

1학년 정보수업은 이진법변환이랑 비트맵,백터이미자 관련 수업해야된다고 했다. 내가 중학교?고등학교다닐때도 정보시간에 진법변환하는거 배웠던거 같은데,  물론 진법 변환 아주 중요하다.  컴퓨터는 0과 1만 아는 바보라서 이진수를 사용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며,  숫자랑 문자와 같은 데이터도 이진법 변환을 통해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여 처리해야한다. 특히 프로그래밍할 때 비트연산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배워야 하긴 하는데,  이게 딱 내가 아는 수준이고... 아는 거랑 가르치는 거랑은 또 다르니까. 

 

한 20분정도 지났나. 면접 마치고 오랜만에 회사로 갔다.  집에 가면 햇빛이 좀 강해서 해 지면 집에 가려고 회사에 갔다.  회사에 팀장님이 있길래 대화를 나누었는데, 팀장님도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비치셨다. 

 

주변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내 근무조건을 말해주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무슨 방학 한달 남기고 휴직한 다음에 방학 시작하면 다시 복직해서 급여만 받아갔다가 다시 2학기때 기간제 채용하는 거 보니 기간제 대하는 심보가 더럽다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학교 입장도 이해가 된다.  방학 때 어차피 일 안하고 돈 받는데 기간제보다 같이 했던 사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을거다. 근데 원래 일하던 선생님이 거의 한학기 다 보내고 한달 쉬는건데,  내가 기간제로 들어가서 한달 일하고 한달 방학으로 보내겠다는 것도 우습다.ㅋㅋ  내가 정말 나만 생각해주는 좋은 친구를 둔 거 같다.ㅋㅋㅋ

 

진짜 밤 새면서 좀 고민해 봤는데  지원할 때는 그냥.. 경험삼아 하려는 거였고 지금도 돈이나 방학  같은 거는 전혀 신경 안 쓰는데  학교 가서 다짜고짜 수업하는 거랑 아무것도 모르는데 수행평가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가서 설치는 것도 학생들테 미안한 일이고,  교원자격증도 없어서 모교에 우편보내고 우편으로 받아야되고,  무슨 성범죄 이력이랑. 아동학대? 그런거 범죄이력도 뽑아야 되고, 공무원채용신체검사도 해야 되고, 마약검사도 해야된다는데 벌써 피곤하다. 뭐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튼 이 모든 절차가 너무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교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아서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실수한 거 같다. 

 

다시.  잡념 떨치고 취업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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